까르띠에 산토스 100 DLC 로즈골드 콤비
한국에서 묻힌 비주류 시계들 중 아쉬운 시계들을 찾다보니 이 시계를 빼놓을 수 없겠더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제조사는 V6이며 4세대 시계로 출시한지 굉장히 오래 된 모델입니다. 얼마 전 재생산을 해준 덕분에 신품으로 입수를 할 수 있었습니다. DLC코팅과 로즈골드 코팅 상태가 상당히 훌륭한채로 리뷰할수 있게 되었네요. 4세대급 시계는 약 6~7년까지 생산되었던 시리즈로, 이 당시 최고의 제조사로 지금 이 산토스100을 제조한 V6과 ZF등이 다양한 캐주얼 시계들을 제조 해왔었고 특히 까르띠에 산토스 100과 IWC 포르투기저 시리즈들은 각 제조사들이 독점했던 품목입니다. 아마도 오랫동안 렙 생활을 해오신 유저분들이시라면 V6 ‘산백이’의 명성은 잘 아실 겁니다. 들어가기에 앞서, 읽으시는 분들 중 까르띠에의 워치메이커로써의 면모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한 문단만 할애해서 아주 짧게 축약하여 설명 해 드리고 넘어가고자 하니, 까르띠에 손목시계 헤리테이지를 잘 아시는 분들께서는 한 문단만 스킵 해주십시오.
최초의 손목시계로 인정받는 까르띠에 산토스 시리즈
루이 까르띠에가 알베르토 산토스 뒤몽을 만나 그의 비행선 조종에 사용할 수 있는 손목시계를 제작한 것이 인류 역사상 최초의 오직 손목 착용을 위한 손목시계로 인정 받고있습니다. (이견이 있기는 하지만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있는 내용입니다.) 이전엔 회중시계에 래더스트랩을 묶어 착용하였다면, 산토스 시리즈를 통해 가죽 스트랩 전용 홀더를 설계 하였고 직선과 곡선, 그리고 베젤에 여덟 개의 나사로 디자인 한 산토스 디자인은 현대 까르띠에 산토스 시리즈들의 원형 그대로입니다. 오늘 리뷰하는 산토스100의 경우 말 그대로 이 산토스 시리즈의 역사적인 100주년 기념판으로 2004년 출시하여 2018년 현행 산토스 시리즈 출시 전까지 뜨거운 사랑을 받은 스퀘어워치입니다.
일반 모델과 다른 산토스 100 DLC만의 특징
2004년부터 출시한 노멀 산토스 100 시리즈는 스테인리스스틸을 베이스로 하고있습니다. 이 모델은 직경 38mm 라지모델을 베이스로 케이스엔 DLC 블랙 코팅을, 베젤은 로즈골드를 사용한 시계입니다. 특징적인 부분이 있는데, 강렬한 유광 플레이트를 사용하지 않고 모래알같은 질감이 느껴지는 샌드블래스트 타입의 코팅 처리를 했다는 것입니다. 이는 베젤과 클래스프의 골드 파츠들에 동일하게 적용 되었고, 다이얼의 로마 인덱스에도 두껍게 구현 되었습니다. 오리지날과의 차이점이라면 모서리 끝단들이 약간 둥그스름하게 피니싱 되었다는것 정도를 가장 크게 짚을 수 있겠으나 보시다시피 마감의 미세한 표현 방식의 차이일 뿐, 돌출 된 두꺼운 인덱스를 구현하는 깔끔함 자체는 전혀 문제가 없을 정도로 정교합니다.
3~4세대 레플리카시계들의 고질병들 – 핸즈 데미지
보통 레플리카시계 세대를 시계 베이스를 토대로 나눠왔기 때문에 이 세대론이 통하지 않는 시계들이 있는데, 그게 코팅 시계와 특수소재 시계들입니다. 이렇게 모든 스테인리스스틸 플레이트가 코팅에 가려진 시계들은 사실상 코팅 품질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속 마감을 3~4세대 스테인리스스틸 시계들 표면을 보듯 예단하기 곤란한 부분들이 있어서, 레퍼런스에 대한 해박한 경험과 지식이 있는 전문 감별사가 아닌 이상 구분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여 특수소재 시계들은 세대를 초월할 수 있다고 주장했었죠.
3~4세대 시계들은 대체적으로 핸즈 피니싱에 결함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제가 최근에 론진 마콜시리즈를 QC하며 걸러낸 먼지같은 수준이 아니라, 핸즈 측면이 뜯겨있다거나 도금 핸즈의 경우 도금이 위와같이 조금씩 빠져있다거나 하는 하자들이 정말 많고, 5세대 시계들 부터는 많이 개선 되었으나 3~4세대급 시계들은 제조 유통 과정의 문제로 인해 핸즈에 데미지를 먹은 개체들이 여전히 많았습니다. 이것도 6~7년 전까지 왕성하게 활동 하셨던 렙 사용자분들은 다들 잘 아실 겁니다. 핸즈 뜯김이나 미세한 코팅 나간걸 지적하는것 자체가 웃긴 일이었을 정도니까요. 시계들이 대부분 다 핸즈가 뜯겨있거나 잘잘한 판 하자들이 있었고, 그걸 하자가 아닌 제품의 특징으로 받아들여왔었습니다. 이것 보면 세상 참 좋아졌죠.
현행 모델보다 훨씬 강렬한 남성미
2018년 출시된 신형 산토스는 정말 세련되고 젠틀한 시계죠. 반면 이전 산토스 100 시리즈들의 경우 다이얼과 밴드 엔드부분 면적이 좁다보니 케이스가 오히려 직경이 더 넓은 신형 모델들에 비해서 더 뚱뚱해 보이고 손목 위에서 어울리기 어려워 보일 정도로 부담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근데 막상 시계를 손목에 얹어보면 생각은 180도 변하는데, 그 기가막힌 비밀은 사이드 쉐이프에 숨어있습니다. 그건 아래 사이드쉐이프 사진과 함께 살펴보기로 하고, 이렇게 시계를 전체적으로 오버뷰 해보면 검정색으로 완전히 죽여둔 케이스와 스트랩 위로 은은한 무광 컨셉트의 부속들이 올라가 얼마나 무게감 있고 고급스러운 무드를 풍기는지 충분히 느껴볼 수 있습니다. 컬러 조합이 끝내주죠.
고품질 DLC 코팅 처리 되어있는 원터치 버터플라이 클래스프
클래스프는 원 터치 양방향 폴딩 타입이고, 케이스와 마찬가지로 아주 고급스러운 DLC코팅이 적용 됩니다. 외판에는 베젤 소재와 동일한 샌드블래스트 느낌이 나는 무광 로즈골드 도금이 되어있구요. 무엇보다 면들의 각이 죽어 허접한 느낌이 들기 쉽상인 클래스프인데도 각들을 다 잘 살려줘서 감상에 전혀 지장이 되지 않을 정도로 만족도를 주었습니다.
헤어라인까지 살렸는데도 두꺼워보이는 DLC 코팅
얇은 무광 DLC코팅 시계들 중 일부는 코팅된 도막이 너무 얇다보니 표면이 울긋불긋해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특히 AP RO시리즈) 이 시계는 그런 요소를 전혀 느끼지 못 할 정도로 두껍게 코팅 된 것처럼 보입니다. 괄목 할 만한 부분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헤어라인이 그럴싸하게 관찰 된다는 점입니다. 물론 결을 촉감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아주 훌륭한 품질로 코팅 되었다는데 이견이 없겠습니다.
최상급 산토스 백케이스 인그레이빙 품질
케이스백의 인그레이빙도 앞서 살펴봤던 클래스프의 디테일과 같이 아주 좋았습니다. 코팅이 올라갔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각들이 잘 살아있고 특히 레이저 인그레이빙인데도 모서리에 뜸 자국이 전혀 없을 정도로 고해상도로 만들어진 각인이 블랙 코팅과 만나서 너무 좋은 시너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시계를 손목에 쭉 감기게하는 비밀? 독특한 스트랩 쉐이프.
위에서 아래 언급하기로했던 내용은 바로 이것입니다. 사실 러그가 스트레이트 타입이지만, 순정 스트랩 자체가 안쪽에 엔드핏 보형물이 들어간 형식이고 케이스 두께를 1:1로 완전히 치환하는 형태로 아주 강제력이 강한 타입입니다. 덕분에 줄질을 하려해도 보형물을 넣어 같은 형태로 만들지 않으면 이 쉐이프를 온전하게 즐길 수 없고, 억지로 스트레이트 타입 스트랩을 끼워준다고 해도 이 독특한 곡선 디자인을 일체형 스트랩이 아닌 다른 스트랩이 이만큼 잘 커버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하여 스트랩을 교체하더라도 반드시 동일한 보형물과 두께 대응이 되는 정규격 스트랩으로 교체해야 할 것입니다. 스트랩을 떼고 시계 케이스만 두면 사실 손목 위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키기 힘들 정도로 까다로운 디자인인데, 케이스 쉐이프를 손목 아래로 흘려주는 탁월한 스트랩 페어링을 통해 훨씬 많은 사용자들을 만족시킬 시계를 완성 시켰습니다.
오리지날은 블랙 사파이어 크리스탈
사파이어 테스터가 출장지에 없는 바람에 이게 실제 사파이어 크리스탈인지 아닌지는 판단이 어렵네요. 약간 안쪽으로 들어가 있어서 거의 단차를 느끼기 어려운 검정색 무엇인가로 장식 된 크라운입니다. 작동이 편리하지는 않지만 디자인적으로는 아주 세련되어보이고, 스틸 버전은 블루 카보숑을 사용하는데 이 녀석은 시계 컨셉에 맞게 검정색 소재를 차용하여 일체감을 더했습니다. 사진상 울긋불긋해보이는 것은 그림자입니다.
레플리카시계의 공통적인 스트랩 문제들
오늘 지적할 문제는 스트랩이네요. 겉면은 페브릭, 안쪽은 소가죽으로 된 2중 스트랩인데 기리매 마감 방식이 아니라 본딩방식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겉가죽을 안쪽으로 말아서 스티칭처리 하거나 본딩한게 아니라, 타이트한 규격으로 본딩처리 해놓다보니 구부려지는 부분이 터지는 결함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은 극심한 스트레스를 느끼기 쉽기에, 이 시계는 순정 혹은 맞춤 엔드핏 스트랩을 제작 해야합니다. 업그레이드로 느껴질 수 있을 만큼 좋은 구성의 스트랩을 맞춰줘야겠죠. 이 결함이 이 시계의 진입장벽을 확 끌어올리고있습니다.
총평
지금까지 천천히 시계를 살펴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봤는데, 순정 스트랩의 공정이 조금만 더 내구성 친화적이었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과거의 시계이다보니 그시절 흔하던 결함도 함께 가지고있네요. 핸즈결함이야 그렇다 쳐도 순정 스트랩이 시계와 너무나도 찰떡이라, 만약 저 소재를 재생 하고싶다고 한다면 차라리 옆면을 깔끔하게 절삭해버리고 두껍게 기리매를 발라서 마감을 다시 하는것도 방법이 될 수 있을것 같긴 합니다. 스트랩에 대한 아이디어는 짙은 블랙 컬러의 베지터블 스트랩 혹은 크로커다일 스트랩이 좋을것 같고 광이 전혀 나지않는 매트한 소재가 아주 잘 어울릴것 같네요. 멀리서 봤을 땐 그저 무광 로즈골드 시계인것 같지만 가까이에서 볼 때만 느껴지는 독특한 입자감이 일과중 시계를 자주 감상하시는 분들께는 좋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해봤습니다. 요즘 많이 민감하게들 보시는 글래스 투과율의 경우 오리지날도 희뿌옇다보니 딱히 지적할만한 부분은 아닌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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